국가정보원이 일요일 밤 뜬금없이 '대국민 사과문'이 담긴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대국민 사과문이라면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나서서 머리숙여 사죄를 하거나 하다못해 대변인이라고 내세워야 합니다. 그런데 국정원의 대국민사과문에는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국민여러분께 사과드린다"는 표현만 있을뿐 왜 누가 사과하는지 주어가 없습니다.
그래서 갑자기 국정원이 사과를 하게된 배경이 궁금해 집니다. 취재기자들은 검찰이 수사로 전환한 일이나 국가정보원이 대국민 사과를 한 일들이 무언가 잘짜여진 각본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이미 정권차원에서 어느 정도 선에서 마무리를 하기로 정리가 된 건 아닌가? 그래서 일종의 꼬리자르기를 하려는 건 아닌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수사를 진행 중이니까 뭐라고 단정하기는 어렵겠지만 결국에는 박근혜 정부 들어서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하는 '개인의 일탈'로 마무리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겁니다.
그리고 "저희 국정원은 조속히 검찰에서 진실 여부가 밝혀지도록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할 것이고 검찰에 모든 자료를 제출하는 등 진실 규명을 위한 협조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는데 당연한 일을 안해도 되는 일을 하는 것처럼 언급하고 있다.
국정원의 이런 움직임은 결국 '남재준 원장'은 다치지 않게 하겠다는 그런 의도는 아닌지
지켜볼 일입니다.
지금 국정원이 하는 형태를 보면 안전기획부도 아니고 중앙정보부 유신시절의 중앙정보부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사실 국정원의 사과는 이미 늦었습니다. 이런 일은 신속하게 사과하고 진실을 규명해야 합니다. 그런데 미루고 미루다 검찰이 진상조사에서 수사로 전환하고 나서야 마지못해
사과하는 듯한 모습은 당당하지 못한겁니다.
지난주 방송을 하면서 '증가조작', 검찰은 왜 진상조사를 수사라고 하지 못하나? 라고 했는데 검찰이 뒤늦게 국정원 협력자의 자살소동이 있은 뒤에야 수사에 들어갔습니다.
그래서 검찰이 이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처음부터
수사의지가 있었던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국정원만 만나면 덜덜 떠는 검찰,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권력자만 바라보는 국정원 공무원 간첩 조작사건은 이런 분위기에서 만들어졌는지도 모릅니다.